
따분한 국어 시간, 달라질 순 없을까?
문학작품 들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차이나는’ 국어 시간!
국어는 교과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과목이지만, 그런 만큼 진부하고 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구나 학창 시절 세세한 문법 규정이나 뜻도 안 통하는 고전 시가를 달달 외느라 고생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머릿속에서 지워 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런 걸 왜 배워야 하느냐”거나 “이런 거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다”며 퉁명스럽게 교과서를 덮는 학생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차이나는 국어 시간』은 국어 교육의 미래에 대한 30년차 국어 교사 공규택 나름의 답변이다. K팝 가사에서 고전문학을 읽어 내고, 스포츠에서 인문학적 이야깃거리를 풀어내는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살아 있는 국어 교육’에 전념해 온 저자의 노력이 이번 책에서 집대성되었다. 과학과 예술, 경제와 역사, 심지어 AI와 미래까지 종횡무진하며, 낯익은 문학작품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해 낸다.
AI가 알아서 읽고 써 주는 시대,
왜 여전히 국어를 배우고 익혀야 할까?
사람보다 똑똑하고 사람처럼 대화하는 생성형 AI의 도래는 우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모르는 게 없는 인공지능을 마주한 교사들은 저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진다. “이러다 진짜 선생님도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관점을 바꿔 보면, 생성형 AI는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들이는 데 최적화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베테랑 국어 교사인 저자는 생성형 AI가 ‘정답’이 아닌 ‘대화’를 제공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어 교육의 핵심인 ‘소통’을 떠올린다. 새로운 도구를 최대한 잘 써먹으려면 우리는 질문을 ‘잘’해야 하고, 그러려면 서로 다른 분야들을 연결시키는 융합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과서에 갇힌 뻔한 국어가 어떻게 다른 분야로 확장되는지를 5교시의 실제 예시를 들어 보여 주려고 했다. 생성형 AI에게 실제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도 예시로 실었다.
역사, 지리, 사회, 경제는 물론 예술, 문화, 과학, 미래까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교시: 과학을 알고 나니 다르게 보이는 국어 시간’에서는 얼핏 동떨어져 보이는 과학과 문학이 연결되는 지점을 탐구한다. ‘2교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읽는 국어 시간’에서는 역사와 지리를 가로지르는 문학작품들을 렌즈 삼아 지금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3교시: 나란히 겹쳐 보면 더 재밌는 국어 시간’에서는 교과서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문학작품들이 다른 분야의 예술 작품들과 만날 때 빚어지는 참신한 상상력을 들려준다. ‘4교시: 세상에 눈뜨는 국어 시간’에서는 익숙한 작품들에 대한 뻔한 해석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인 시선으로 새롭게 읽는 법을 제안한다. 마지막 ‘5교시: 어제를 통해 내일을 보는 국어 시간’은 오늘날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또 헷갈리게 하는 ‘메타버스’, ‘가짜 뉴스’와 같은 키워드들이 이미 오래전 작가들의 시선 속에 녹아 있었음을 보여 주며,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장(場)으로서 문학작품들을 재발견해 낸다.
MBTI 검사를 적용하여 문학작품 속 인물들을 재해석하고, 천문학적 지식을 통해 고전시가가 쓰인 시기를 특정하고, 행동경제학과 사회경제학의 틀을 빌려 고전소설을 다시 읽는다. ‘제페토’ 같은 Z세대들의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홍길동전』을 읽고 쓰던 당대 사람들의 희망을 읽어 내기도 한다. 익숙한 틀을 벗어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아직도 국어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너에게
나만의 질문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문학 여행
소통은 서로 다른 것들을 번역하고 잇고 연결하는 과정이다. 요컨대 ‘융복합’적 작업이다. 그 기초에는 국어(언어)가 있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일련의 행위들은 결국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세상에 말을 걸고 소통하는 과정이다. 더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낯선 것들이 태어나는 요즘 세상에서, 교육은 틀에 박힌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으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국어 시간은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자유롭게 뻗어 가는 호기심의 촉수를 뻗어 ‘나’만의 질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와 함께 5교시 수업을 신나게 구경하고 나면, 우리는 국어가 실은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 그 자체임을 알게 될 것이다.